최근 “대항력만 갖추면 전세권 등기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은 많이 회자되지만, 이는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이 전세권자와 동일한 법적 지위를 가진다는 오해에서 비롯됩니다. 선순위 담보물권이 없는 경우라면, 집이 경매로 넘어가더라도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이나 전세권자 모두 전세보증금을 반환받기 전까지 퇴거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는 동일한 법적 보호를 받습니다. 또한 선순위 담보물권이 있는 경우에도 낙찰대금에서 보증금을 반환받는 ‘배당 순위’에서는 양자의 법적 지위가 같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권리는 경매가 이미 제3자에 의해 진행될 때 비로소 의미가 있는 ‘소극적·수동적’ 보호에 불과합니다. 즉, 누군가 경매를 신청해야만 그 절차에 편승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문제는 임대차 기간이 끝났음에도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을 때 발생합니다. 전세권자라면 곧바로 스스로 경매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항력만 갖춘 임차인은 즉시 경매를 신청할 수 없고, 먼저 집주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확정판결을 받은 다음에야 경매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이 차이 때문에 전세권자는 적극적·능동적 권리행사가 가능하지만, 대항력 있는 임차인은 수세적 지위에 머물게 됩니다. 또한
임대차계약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임차인은 임대차계약 종료 시 부동산을 원상회복하여 임대인에게 반환한다”는 문구는 단순한 원상회복 의무를 넘어서는 중요한 법적 효과를 담고 있습니다. 이러한 조항이 포함된 경우, 임차인은 민법상 인정되는 ‘필요비’ 및 ‘유익비’ 상환청구권을 사실상 포기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필요비란 임차인이 목적물을 보존하기 위해 지출한 비용을 말하며, 유익비란 목적물의 가치를 증가시키기 위해 투입한 비용을 의미합니다. 원칙적으로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이러한 비용을 청구할 수 있으며, 임대인이 정당하게 상환하지 않는다면 유치권 행사도 가능합니다. 그러나 계약서에 ‘원상회복 후 반환’ 조항이 명시되어 있고, 그 문구가 임차인의 비용청구권 포기 의사로 인정될 수 있는 정도로 구체적일 경우, 판례는 임차인이 필요비·유익비를 청구할 권리를 제한적으로 보아 왔습니다. 실제로 대법원은 1975년 4월 22일 선고 73다2010 판결, 1994년 9월 30일 선고 94다20389·20396 판결 등에서 해당 조항을 임차인의 비용상환청구권 포기 취지로 판단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조항은 신규 입주 세입자에게는 기존 임차인이 유치권을 행사하지 못
부동산 계약에서 종종 혼동되는 개념이 있습니다. 바로 ‘위약금’과 ‘해약금’입니다. 두 용어는 비슷해 보이지만, 법적으로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집니다. 이를 구분하지 못하면 계약 해제나 손해배상 과정에서 큰 혼란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1. 위약금은 계약 위반의 책임, 해약금은 계약 해제의 대가 위약금은 계약을 위반한 당사자가 상대방에게 지급해야 하는 금전적 배상입니다. 즉, 계약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의 일종입니다. 민법 제398조는 “당사자가 채무불이행에 대비해 손해배상액을 예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때 정한 금액이 바로 ‘위약금’입니다. 실제 손해가 발생했는지, 손해액이 얼마인지를 증명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계약서에 ‘위약금’ 조항이 있으면, 손해 입증 절차 없이 계약을 위반한 자에게 위약금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부동산 매매계약서에 “매도자 또는 매수자가 계약을 불이행할 경우, 상대방은 계약을 해제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 경우 계약금을 위약금으로 본다.” 라는 문구가 있다면, 이는 계약금을 위약금으로 정한 경우입니다. 이때 ‘위약금 = 계약금’이 되는 것입니다. 반면, 해약금은 계약을 백지화할 수 있는
앞서 살펴본 것처럼, 개인사업자인 집주인이 근로자들에게 체납한 급여나 퇴직금은 세입자의 전세보증금보다 우선하는 ‘등기되지 않은 선순위 권리’가 됩니다. 그런데 이런 숨은 선순위 권리는 근로자의 임금체불뿐 아니라 부동산에 부과된 세금에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세금을 법에서는 ‘당해세(當該稅)’라고 부릅니다. 당해세에는 상속세, 증여세,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재산세, 지역자원시설세, 지방교육세 등이 포함됩니다. 우리 법은 조세채권의 실현을 위한 공익적 필요를 이유로, 당해세를 담보물권보다 절대적으로 우선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국세기본법 제35조 제1항 제3호, 지방세기본법 제99조 제1항 제3호). 이 말은 곧, 집주인이 해당 부동산과 관련된 세금을 체납했다면, 설령 그 부동산에 선순위 근저당권자나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이 있더라도, 국가의 세금채권이 먼저 변제된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시세 5억 원의 아파트에 선순위 근저당권 3억 원이 설정되어 있고, 전세보증금이 2억 원이라면 일반적으로는 안전하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집주인이 그 부동산을 상속이나 증여로 취득했고, 해당 상속세나 증여세를 체납 중이라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경매
등기부등본에는 보이지 않지만, 세입자의 전세보증금보다 앞서는 ‘숨은 권리’가 있습니다. 바로 근로자들의 체납 임금과 퇴직금입니다. 우리 법은 고용주가 근로자에게 월급, 퇴직금, 재해보상금을 지급하지 못한 경우, 일정 금액에 한해 이를 담보물권자보다 우선해 변제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근로기준법 제38조 제2항,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12조 제2항). 이는 근로자의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하기 위한 공익적 취지에서 비롯된 제도입니다. 근로자가 우선변제받을 수 있는 범위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최종 3개월분의 임금, ② 최종 3년분의 퇴직금(단, 250일분 평균임금 한도), ③ 재해보상금입니다. 대법원도 “근로자는 퇴직 시기와 무관하게 마지막 3개월 동안의 근로 대가에 해당하는 임금에 대해 우선변제권을 가진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1996.2.23. 선고 95다48650, 2002.3.29. 선고 2001다83838). 이 법리를 뒤집어보면, 세입자나 근저당권자라도 집주인이 운영하는 사업체의 근로자들에게 체불임금이 있다면 그들에게 보증금보다 앞선 순위가 부여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즉, 아무리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갖춰 대항력을 취득했더라도, 집주
아파트 전세나 월세 계약을 체결할 때 세입자가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그 집에 선순위 권리가 존재하는지 여부입니다.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 해당 부동산이 경매로 넘어가면, 세입자가 보증금을 얼마나 돌려받을 수 있을지는 선순위 권리의 범위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 때문에 많은 세입자들이 계약 전 등기부등본을 확인합니다. 등기부등본은 인터넷등기소(www.iros.go.kr)에서 700원을 내면 누구나 열람할 수 있습니다. 공인중개사도 통상 이 과정을 도와주기 때문에, 세입자가 직접 확인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대부분의 세입자는 등기부등본에서 다음과 같은 점만 살펴봅니다. 근저당권이 없으면 “이 집은 깨끗하다”고 판단하고, 근저당권이 있다면 그 금액(정확히는 채권최고액)을 집 시세에서 빼서 남는 금액이 본인의 전세보증금보다 크면 ‘안전’, 작으면 ‘위험’으로 판단합니다. 예를 들어 시세가 5억 원인 아파트에 선순위 근저당권이 3억 원 설정되어 있다면, 보증금이 2억 원 이하일 때는 안전하다고, 2억 원을 초과하면 위험하다고 보는 방식입니다. 이 계산법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립니다. 왜냐하면 선순위 권리가 반드시 등기된 것만 있는 것
A씨는 자신의 아파트를 법인 B에게 전세보증금 7억 원에 임대했습니다. 그 후 A씨는 이 아파트를 C씨에게 10억 원에 매도했습니다. C씨는 전세를 승계하는 조건으로 매매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실제로 A씨가 수령한 금액은 3억 원뿐이었습니다. 겉으로 보면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전세를 낀 매매에서는 매수인이 기존 세입자의 보증금을 떠안는 것이 일반적이고, 매매대금에서 전세금만큼 공제하는 것도 자연스럽게 여겨집니다. 실제로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4항은 “임차주택의 양수인은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은 세입자가 전입신고를 통해 대항력을 갖춘 경우, 집주인이 바뀌더라도 그 대항력을 유지하고, 전세보증금 반환의무도 새 집주인에게 승계된다는 취지입니다. 따라서 세입자가 개인이라면 이러한 거래 구조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세입자가 ‘법인’인 경우에는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근본적으로 개인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률입니다. 대항력을 인정받으려면 세입자가 전입신고를 해야 하는데, 전입신고는 ‘주민등록’을 옮기는 절차이므로 세입자가 개인임을 전제로 합니다. 법인은 주민등록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전세를 낀 주택을 매수하는 경우, 매수인이 세입자의 보증금을 누구에게 반환해야 하는지는 실무에서 자주 문제되는 쟁점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C씨가 B 소유의 아파트를 3억 원에 2년간 전세로 계약해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갖추고 대항력을 취득했습니다. 그로부터 1년 후, B는 해당 아파트를 A에게 매도했습니다. 이 경우 A는 소유권을 취득함과 동시에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4항에 따라 B의 임대인 지위를 그대로 승계하게 됩니다. 즉, 세입자인 C에 대한 임대인으로서의 권리와 의무도 함께 넘겨받게 됩니다. 그런데 만약 세입자 C가 채무를 지고 그 빚을 갚지 못했다면 문제가 복잡해집니다. A가 아파트를 매수하기 전에, 제3의 채권자가 C의 전세보증금 반환채권(3억 원)을 가압류하거나 추심명령을 받았다면, 이후 전세기간이 종료되더라도 A는 C에게 보증금을 직접 돌려줘서는 안 됩니다. 이는 대법원 2013.1.17. 선고 2011다49523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도 확인된 바 있습니다. 당시 판례는 “임차인의 보증금반환채권에 가압류가 이루어진 경우, 매수인이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하면 가압류의 효력도 함께 이전된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A가 이를 모르고 C에게 보
전셋집을 구하던 A씨는 마음에 드는 집을 찾고 등기부등본을 열람했습니다. 그런데 해당 주택에는 ‘임차권등기’가 설정되어 있었습니다. 임차권등기명령제도는 임대차가 종료된 후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 세입자가 주택을 비워도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유지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제도입니다. 다시 말해, 세입자가 이미 확보한 권리를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한 법적 장치입니다. A씨는 인터넷을 통해 임차권등기에 대해 알아본 뒤, 계약서에 ‘입주시 임차권등기를 말소한다’는 특약을 넣었습니다. 이후 잔금을 지급하고 입주를 마쳤지만, 등기부에는 여전히 임차권등기가 남아 있었습니다. 임대인은 “곧 말소될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실제로는 말소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 후 A씨는 해당 주택이 경매로 넘어갔다는 통지를 받았습니다. 경매 절차에서 A씨는 선순위 근저당권자와 임차권등기 명의자보다 후순위로 밀려 보증금의 일부만 돌려받게 되었습니다. 이는 서울고등법원 2013년 12월 5일 선고(2013나2013960) 판례에서도 확인된 바 있습니다. 임차권등기가 되어 있다는 사실은 임대인이 이전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했다는 점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근저당권이 설정된 집과 마찬가지로,
아파트 전세계약을 준비할 때 등기부등본을 열람해 보면 해당 주택에 금융기관 앞으로 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보다 정확히는 **‘근저당권 설정등기’**로 표시됩니다. 많은 분들이 저당권과 근저당권을 혼동하지만, 두 개념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부동산 거래나 임대차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라면 두 용어를 정확히 구분하고 있어야 불이익을 피할 수 있습니다. 1. 저당권과 근저당권의 차이, 왜 중요한가? 먼저 저당권은 특정한 채무를 담보하기 위해 설정됩니다. 예를 들어 ‘2018년 5월 1일에 A가 B로부터 빌린 1억 원’을 담보하기 위해 A의 소유 아파트에 저당권이 설정되면, 그 채무가 모두 변제되면 저당권의 효력도 더는 존재하지 않게 됩니다. 설령 저당권 말소등기를 따로 하지 않았다 해도 저당권은 효력을 잃게 됩니다. 반면 근저당권은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불확정 채무까지 담보합니다. 예를 들어 은행과 집주인이 근저당권을 설정할 때 채권최고액을 2억 원으로 정했다면, 그 범위 내에서 집주인은 대출금을 상환하고 또다시 추가로 대출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때 빚이 한때 모두 갚아졌더라도 채권최고액 범위 내에서는 다시 돈을 빌릴 수 있으
임대기간 만료일이 다가올 때 세입자와 집주인은 재계약 여부를 고민하게 됩니다. 이때 임대차계약서를 단순히 새로 쓰는 것은 권리 순위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으므로, 법적으로 올바른 절차를 따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1. 임대보증금 증액 시 ‘변경계약서’가 필수 만약 보증금을 증액하여 재계약한다면 반드시 ‘변경계약서’를 작성해야 합니다. 기존 임대차계약서를 새로 작성할 경우, 최초 계약에서 받은 확정일자의 효력이 만료와 동시에 소멸하고 새 계약에 대해 새로 확정일자를 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선순위 권리가 뒤바뀔 위험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세입자 A가 보증금 5억 원으로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받아 선순위 권리를 확보했는데, 임대기간 중 집주인 B가 근저당권을 설정했다면, 만료 시점에 새 계약서를 쓰면 증액된 6억 원 전부가 근저당권보다 후순위가 됩니다. 반면 ‘변경계약서’를 통해 보증금만 증액하고 기존 계약의 효력을 유지하면 최초 확정일자의 효력이 그대로 적용되어 증액 전 금액은 선순위로 보호됩니다. 이때 ‘변경계약서’에는 반드시 다음 내용을 포함해야 합니다. 기존 임대보증금과 증액 금액 임대기간 외에는 기존 계약 내용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