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전세나 월세 계약을 체결할 때 세입자가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그 집에 선순위 권리가 존재하는지 여부입니다.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 해당 부동산이 경매로 넘어가면, 세입자가 보증금을 얼마나 돌려받을 수 있을지는 선순위 권리의 범위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 때문에 많은 세입자들이 계약 전 등기부등본을 확인합니다. 등기부등본은 인터넷등기소(www.iros.go.kr)에서 700원을 내면 누구나 열람할 수 있습니다. 공인중개사도 통상 이 과정을 도와주기 때문에, 세입자가 직접 확인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대부분의 세입자는 등기부등본에서 다음과 같은 점만 살펴봅니다.
근저당권이 없으면 “이 집은 깨끗하다”고 판단하고, 근저당권이 있다면 그 금액(정확히는 채권최고액)을 집 시세에서 빼서 남는 금액이 본인의 전세보증금보다 크면 ‘안전’, 작으면 ‘위험’으로 판단합니다.
예를 들어 시세가 5억 원인 아파트에 선순위 근저당권이 3억 원 설정되어 있다면, 보증금이 2억 원 이하일 때는 안전하다고, 2억 원을 초과하면 위험하다고 보는 방식입니다. 이 계산법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립니다.
왜냐하면 선순위 권리가 반드시 등기된 것만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즉, 등기부에 나타나지 않는 선순위 권리도 존재할 수 있습니다. 이런 권리들은 겉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실제로는 세입자의 보증금보다 우선해 보호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등기되지 않은 권리가 내 보증금보다 앞선다니 다소 황당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무상 이런 사례는 존재합니다. 더구나 일반 세입자뿐만 아니라 일부 공인중개사조차 이 점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등기되지 않은 선순위 권리가 발생할 수 있는 경우는 언제일까요? 대표적인 두 가지 상황은 다음과 같습니다.
해당 부동산에 부과된 세금이 체납된 경우
국세기본법과 지방세징수법에 따라 국세·지방세는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부동산 위에 법정담보물권으로서의 효력을 갖게 됩니다. 즉, 세금이 체납되면 등기되지 않았더라도 세금채권이 근저당권보다 우선할 수 있습니다.
집주인이 운영하는 사업체의 임금·퇴직금·재해보상금이 체납된 경우
근로기준법 제38조에 따르면, 임금·퇴직금·재해보상금은 다른 채권보다 우선해 변제받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업주인 집주인이 근로자에게 이러한 금품을 체불했다면, 그 채권이 세입자의 보증금보다 먼저 보호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등기부등본만으로는 모든 선순위 권리를 확인할 수 없습니다. 계약 전 반드시 집주인의 세금 체납 여부, 사업체 운영 여부, 체불임금 존재 여부 등을 함께 점검해야 합니다.
특히 세금 체납 정보는 세무서 또는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제한적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필요 시 법률 전문가나 공인중개사에게 관련 조회를 의뢰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결국, “등기부상 깨끗한 집”이 반드시 안전한 집은 아닙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선순위 권리까지 확인해야 진정한 의미의 안전한 거래를 할 수 있습니다.
삼보 부동산중개법인 대표 김태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