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 임대차 계약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원상 회복' 조항. 단순히 임차인이 집을 원래 상태로 되돌려주는 내용일 것 같지만, 그 이면에는 우리가 놓치기 쉬운 법적 함의가 숨어 있습니다.
임대차 계약이 종료된 경우 임차인은 위 부동산을 원상으로 회복하여 임대인에게 반환한다 는 조항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1. 표면적인 의미와 숨은 의미
첫째, 통상적인 사용으로 인한 마모나 손상이 아닌, 임차인이 임의로 개조한 부분에 대해서는 원상 복구 의무가 있다는 뜻입니다. 이 부분은 일반적으로 많은 분들이 알고 있는 내용입니다.
둘째, 많은 이들이 간과하고 있는 부분은, 해당 조항이 임차인의 필요비 및 유익비에 대한 청구권을 포기하겠다는 뜻까지 포함한다는 점입니다.
즉, 임차인이 집을 유지하거나 개선하기 위해 투입한 비용을 임대인에게 청구하지 않겠다고 계약상 합의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필요비는 보존을 위한 비용, 유익비는 가치를 높이기 위한 비용으로, 원칙적으로는 집주인이 임차인에게 돌려줘야 하며, 돌려주지 않을 경우 임차인은 유치권까지 주장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원상 회복’ 조항이 있는 경우, 이러한 권리 자체를 계약 단계에서 포기한 셈이 되며, 판례 역시 이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조항은 신규 입주자 입장에서는 유리할 수 있지만, 기존 임차인 입장에서는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제한하는 불리한 조항입니다.
문제는, 집주인과 임차인 중 이 조항의 의미를 명확히 인식하고 계약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점입니다.
2. 계약 당사자와 중개사의 책임
계약서의 조항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계약이 체결되는 현실에서, 공인중개사의 설명 의무가 더욱 중요해집니다. 계약 당사자는 법률 비전문가이며, 공인중개사는 계약 내용을 정확히 설명하고 양 당사자가 이를 납득한 상태에서 계약하도록 도와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하지만 실무에서는 계약 현장에서 처음 해당 문구를 보고도 그 의미를 충분히 파악하지 못한 채 계약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더 나아가 임차인이 해당 조항의 삭제를 요구하면 '까다로운 고객'으로 인식되어 거부당하는 사례도 많습니다.
이제는 계약서 속 '원상 회복' 조항이 단순히 집 상태를 되돌리라는 뜻만이 아니라, 세입자의 권리 포기까지 포함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계약 시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삼보 부동산중개법인 대표 김태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