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에서 조경의 역할과 위상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단지 내 남는 공간을 채우는 보조적 요소로 인식됐던 조경이 이제는 단지의 성격과 주거 가치를 결정하는 핵심 설계 요소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최근 공급되는 아파트 단지들은 ‘공원형 단지’를 내세우며 조경 면적을 대폭 확대하거나, 단지 외부의 자연환경을 내부 공간으로 끌어들이는 설계를 적극 도입하고 있습니다. 이는 주거 공간에서 기능보다 감성과 체험을 중시하는 소비 흐름과 맞닿아 있다는 평가입니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가 제시한 ‘트렌드 코리아 2026’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인 ‘필코노미(Feel-conomy)’ 흐름 역시 주거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단순히 거주 기능을 충족하는 공간을 넘어, 심리적 만족과 휴식을 제공하는 주거 환경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 같은 변화에 따라 최근 아파트 설계는 단지 외곽에 조경을 배치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단지 중앙에 대규모 녹지축을 조성하고 산책로와 커뮤니티 시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입주민이 일상 속에서 자연을 누릴 수 있는 ‘단지 안 공원’을 구현하려는 시도입니다.
통경축을 확보해 시야가 트이는 개방감을 높이거나, 바람의 흐름을 고려한 오픈스페이스 설계를 적용해 쾌적성을 강화하는 단지도 늘고 있습니다. 조경과 건축 배치를 함께 고려해 조망, 채광, 자연 환기를 동시에 확보하려는 설계 방식입니다.
완성도 높은 조경 설계를 적용한 단지들은 청약시장에서도 두드러진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단지 외부로 나가지 않아도 쾌적한 자연환경과 심리적 안정감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이 수요자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이달 경남 창원시 성산구에서 분양된 ‘창원 센트럴 아이파크’는 특별공급을 제외한 18가구 모집에 1만2719건의 1순위 청약이 접수되며 평균 706.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해당 단지는 지상에 차량을 배치하지 않는 친보행 설계를 적용했으며, 그랜드 코트와 락 가든, 힐 가든, 리빙 가든 등 다양한 테마형 조경 공간을 조성해 주목을 받았습니다.
앞서 9월 부산 동래구에서 분양된 ‘힐스테이트 사직아시아드’ 역시 조경 특화를 앞세워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특별공급을 제외한 144가구 모집에 2466건이 접수돼 평균 17.1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으며, 단지 조경률을 약 31%까지 높이고 지상을 차 없는 공간으로 조성한 점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습니다.
전문가들은 최근 수요자들이 아파트를 단순한 주거 공간이 아닌 휴식과 힐링을 누리는 생활 공간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이에 따라 단지 설계 초기 단계부터 조경을 핵심 경쟁 요소로 반영한 아파트의 인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연말과 연초를 앞두고 특화 조경 설계를 적용한 신규 분양 단지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대우건설은 이달 부산 동래구 안락동 일원에서 ‘동래 푸르지오 에듀포레’를 분양할 예정입니다.
안락1구역 주택재건축정비사업으로 공급되는 이 단지는 지하 3층~지상 최고 38층, 12개 동, 총 1481가구 규모로 조성되며, 이 가운데 전용 74~84㎡ 474가구가 일반분양 물량입니다.
해당 단지는 전체 대지의 약 37%를 조경 면적으로 확보한 공원형 단지로 조성됩니다. 단지 중앙에는 입체형 커뮤니티 라운지가 배치되며, 옥상정원 ‘아쿠아가든’, 힐링포레스트, 테마놀이터 등 다양한 조경·휴게시설이 계획돼 있습니다. 남북 직선형 통경축을 통해 바람길과 개방감을 확보한 점도 특징입니다.
GS건설은 경기 오산시 내삼미동 일원에서 ‘북오산자이 리버블시티’를 분양할 예정입니다. 지하 2층~지상 29층, 10개 동, 전용 59~127㎡, 총 1275가구 규모로 조성되며, 단지 내 대규모 공원과 특화 조경 설계를 적용할 계획입니다.
대방건설은 인천 영종국제도시 일원에서 ‘인천영종국제도시 디에트르 라 메르 Ⅰ’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지하 3층~지상 49층, 8개 동, 전용 84~113㎡, 총 1009가구 규모로 조성되며, 석가산과 물놀이터 등을 포함한 특화 조경을 도입할 방침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