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4일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절차(법정관리)와 관련한 기자회견 이후 홈플러스의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후폭풍에 휩싸이고 있습니다. 경영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28일 단기 사채 신용 등급이 A3에서 A3-로 하락한 뒤, 지난 4일 자정 무렵 법원에 기습적으로 회생 절차를 신청해 여러가지 의혹을 자초했습니다. 이를 해명하기 위한 기자회견에는 조주연 홈플러스 사장과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등을 포함한 홈플러스 임원 9명이 참석했습니다.
기자회견에서 언론의 관심은 홈플러스의 자구책 보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겸 홈플러스 공동대표에 집중됐습니다. 홈플러스의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의 판단 없이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할 수 없었던 터라 취재진이 김 부회장에게 질문을 많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김 부회장은 방어적인 태도로 답변에 나서 MBK파트너스에 대한 불신을 자초했다는 평가입니다.
회생 신청 결정의 주체를 묻는 질문에 김 부회장은 본인이 홈플러스의 공동대표로 있음에도 "홈플러스 차원에서 홈플러스 임원진이 같이 했다"며 "그 다음에 마지막으로 이사회가 결정한 것이다. 누가 지시해서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했습니다.
김 부회장은 MBK 파트너스가 홈플러스에 대해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묻는 말에는 "이 자리는 홈플러스 경영 정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그에 대해 궁금한 것을 답변하는 자리"라며 "제가 MBK 임원인 동시에 홈플러스에 나와 있기에 MBK 질문이 많은 것은 이해하지만 고객·협력업체·홈플러스 이해관계자들에 우리의 메시지가 전달되길 바란다. 가능하면 홈플러스 질문만 해줬으면 좋겠다"고 질문을 막으려 했습니다.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를 묻는 말에 김 부회장은 "홈플러스가 부도가 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라며 "부도를 막고 회사를 정상으로 영업할 수 있는 길을 회생밖에 없다. (MBK는) 주주로서 권리를 내려놓고 최대한 협력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했을 뿐,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정상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은 내놓지 않았습니다.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뒤 배당과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수익을 얻었지만 정작 위기 상황에서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는 만큼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의 사재 출연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자는 논의에 대해 김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답할 문제는 아니다"며 "주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홈플러스 정상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변을 회피했습니다.
IB업계에서는 홈플러스 기업회생 신청과 이에 대한 해명과정에서 MBK파트너스가 보여주는 태도가 고려아연에 대한 공격적 M&A에도 영향을 미칠 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오는 28일 열리는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에서 판가름 나는 경영권 분쟁에서 영풍과 함께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에 나선 MBK파트너스의 명분이 약해지는 자충수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확보해 고려아연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경영하겠다는 명분이었지만 홈플러스는 오히려 MBK파트너스 인수 이후 결과적으로 법정관리 신세로 전락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자구책 마련에도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세청은 2020년 이후 5년만에 MBK파트너스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습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오는 18일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과 김광일 부회장 등을 긴급 현안 질의 증인으로 채택했습니다. 홈플러스 인수 과정에서 MBK파트너스에 투자한 국민연금 역시 불똥이 튀고 있습니다.
IB업계 관계자는 "MBK파트너스가 대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공격적인 M&A에 성공하고 이를 토대로 배당 수익을 얻어낸 뒤 엑시트를 통해 비교적 짧은 기간 내 아시아 최대 사모펀드로 성장했다"며 "하지만 '홈플러스 사태'가 그간의 성과를 원점으로 되돌릴 가능성이 커졌고 고려아연 역시 '제2의 홈플러스'처럼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