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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고 선보상’ 토스·카카오 이어 시중은행들도 합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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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핀 문정태 기자] 본인도 모르게 결제되는 전자금융사고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기술이 발전해 다양한 금융거래 방법이 나오다 보니 고객이 직접 이용하지 않고도 거래가 일어나 피해가 생기는 소위 ‘무권한 거래’가 나타나는 것.

 

문제는 이 거래의 입증책임이 고객에게 있다는 점인데,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고객이 직접 거래를 했는지에 대한 입증책임이 금융사로 넘어갈 전망이다.

 

이런 흐름이 지속되면 카카오·토스가 시행하고 있는 ‘사고 선(先)보상’ 제도가 금융업계에 확산될 수 있다는 관측도 흘러나온다. 금융권의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대비 상황과 선보상 제도 도입의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기존 법에서는 개인정보가 도용돼 부정결제가 일어나면 누구 책임인지 알 수 없었는데 이런 입증책임이 금융사에게 전환된다. 최근 토스·카카오가 이런 경우에 미리 선보상을 해주고 나중에 책임을 따지겠다 하는데, 영국이나 호주, 미국 등은 이런 것이 이미 일반화돼 있다.”

 

권대영 전 금융위원회 금융혁신기획단장은 지난해 7월 ‘디지털금융 종합혁신방안’을 발표하고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설명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전자금융 사고에 대한 책임 문제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대한 답변이다.

 

눈에 띄는 부분은 ‘선보상’에 대한 언급. 금융사고가 발생해도 속수무책이던 소비자 입장에서는 보상 문제가 가장 중요하고 시급하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도 은행권 공동으로 무권환 거래 관련 기금을 마련하는 등 다양한 방법이 강구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대표 핀테크 업체인 카카오페이, 토스가 고객 피해를 우선 보상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명의도용이나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금전 피해부터 먼저 구제하겠다는 것이다.

 

카카오페이는 개인정보 도용 등 부정결제로 피해를 입은 소비자가 발생하면 회사 측에서 미리 보상하는 제도를 도입해 실시하고 있다. 사례가 접수되면 외부 수사기관 의뢰·안내 외에도 자체 조사를 실시해 피해 사실을 확인하고 먼저 보상하는 구조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도 ‘전액 책임제’를 시행하고 있다. 제3자의 명의도용으로 일어난 송금, 결제, 출금 등의 피해와 보이스피싱으로 인한 금전 피해가 보호 범위이다. 문제 발생 후 30일 이내에 신고하면 내부 절차를 거쳐 손해 금액을 받을 수 있다.

 

토스 관계자는 “전자금융거래법이 개정되면 또 법에 맞춰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현재 시행하고 있는 전액 책임제의 경우 법이 보장하는 범위보다는 넓게 금전 피해를 보상해드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은행권의 전자금융거래법에 대한 준비는 아직 걸음마 단계이다. 개정안이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않았고 가이드라인도 없어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가는 것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선보상’에 대해서도 회의적이거나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하기 전이라 내용이 변경될 가능성도 있다”며 “현재는 내부적으로 모호하게 해석될 수 있는 단어와 고객 피해 상황들을 정의하고 기술적인 부분을 업그레이드하는 정도로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들도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오면 준비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볼멘소리도 나옵니다. 은행의 경우 카카오페이와 같은 PG사(결제대행사)와는 환경이 다르고, 입증책임이 금융사로 전환되면 소비자 과실이 있는 부분까지 책임져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선보상도 하나의 금융사가 혼자 결정하기에는 어려운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법이 개정되면 입증 절차를 거쳐 배상까지 이어질 수는 있겠지만, 입증 절차를 거치기 전에 미리 보상을 해주면 또 다른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술발전도 빠르고 정보 비대칭 문제까지 있어 금융소비자가 ‘무권한 거래’로 법원에 가면 패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개정안은 이 부분을 해결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금법 개정안이 시행돼 입증책임이 금융사로 전환되면 소비자 보호도 강화되고 부가적으로 보상절차도 빨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위는 전금법 개정안이 통과하고 1년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쯤 전금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다면 준비를 거쳐 내년 상반기에는 개정안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