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챗GPT가 '지브리 스타일' 이미지 생성 기능 서비스에 힘입어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하며 AI(인공지능) 수익 모델과 전략 방향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오픈AI의 챗GPT는 지난달 25일 이미지 생성 기능 '챗GPT-4o 이미지 제너레이션' 서비스를 공개했습니다. 31일부터는 무료로 개방, 소위 '지브리 프사' 열풍을 몰고 오며 이용자 수는 그야말로 폭증했습니다.
이미지 생성 기능이 업데이트된 한 주 동안 이용자 수만 1억 3000만명으로 파악됐으며 생성된 이미지 수는 7억장이 넘었습니다. 이에 힘입어 챗GPT의 글로벌 가입자 수는 이달 1일 기준으로 5억명을 돌파했으며 유료 구독자 수는 450만명이 증가해 총 2000만명을 넘었습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자신의 X(구 트위터)에 "제발 이미지 생성 좀 자제해 달라. 우리 팀도 잠은 자야 한다"라고 글을 남길 정도입니다.

국내 상황도 다르지 않습니다. 지난 7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챗GPT 지난달 MAU(월 이용자 수)는 509만명으로 2023년 7월 서비스 이후 처음으로 50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이는 전달 대비 31.6%, 전년동기 대비 478.3%가 증가한 수치입니다.
'거품론' 잠재운 챗GPT…인기는 곧 수익으로 이어져
이번 이미지 생성 기능의 성공은 중국발 AI 모델 '딥시크'의 등장으로 인해 흔들리던 '고사양 AI 산업'에 대한 논쟁에 다시 한번 불을 붙였습니다.
글로벌 빅테크들은 AI 인프라 구축에 막대한 투자를 단행하고 있지만 마땅한 수익화 모델을 제시하지 못하며 산업 회의론을 불러오기도 했습니다. 특히, 딥시크가 저렴한 개발비로 챗GPT에 준하는 성능을 낸다는 소식이 들려오며 우려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습니다.

하지만 챗GPT의 인기가 고점을 찌르자 인프라 구축의 필요성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는 평가입니다.
IT 전문 매체 '디 인포메이션'은 오픈AI의 올 1분기 수익이 전분기 대비 30% 상승한 12억 4500만 달러로 추정된다고 보도했습니다.
올트먼 CEO는 "10만대의 GPU를 확보할 수 있다면 최대한 빨리 연락을 해달라"며 "최대한 빨리 작업해 챗GPT 이미지 생성이 잘 작동하도록 하겠다"고 X에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이에 힘입어 오픈AI는 400억달러 규모의 신규 투자를 유치했다고 지난 1일 발표했습니다. 이는 빅테크가 받은 역대 투자 중 가장 큰 규모이며 해당 투자에서 오픈AI의 기업 가치는 3000억달러로 평가됐습니다. 지난해 10월 기준 1570억달러로 평가받은 것과 비교하면 반년도 안되는 기간에 두 배가량 기업 가치가 오른 셈입니다.
소비자가 체감하는 AI…'실용과 재미'가 답?
'지브리 열풍'은 국내외 AI 기업들의 수익 모델 창출과 전략 방향이 '과연 맞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AI 기반 서비스를 무료로, 또는 패키지 형태로 제공하며 이용자를 모은 후 점진적으로 유료화 전환하겠다는 일반적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국내 기업의 경우 SK텔레콤[017670]도 지난해 9월 미국 AI 검색엔진 스타트업 '퍼플렉시티'와 협업을 발표하며 유료화 방식에 대한 질문에 "성급한 유료화보다는 규모를 키우는 것이 우선"이라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브리 열풍'은 AI 서비스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입니다. '실용과 재미'가 소비자의 관심을 끈다는 것입니다.
올트먼 CEO 또한 이에 대해 의견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그는 오픈AI를 창립한 이후 AI를 활용해 암 치료법을 찾는 등 초지능 개발에 집중해왔으나 정작 챗GPT의 폭발적 성장에 기여한 것은 '지브리 프사'를 만드는 기능이었습니다.
그는 "암을 치료하는 초지능을 만들기 위해 10년을 노력했는데 7년 반은 아무도 관심이 없었고 2년 반은 모두에게 미움받았다. 그런데 어느 날 보니 '내가 널 지브리 스타일로 만들었어'는 수백개의 메시지가 와있었다"며 X에 글을 남겼습니다.
業의 특성 살리고, 협업으로 보완하고…국내 기업의 AI 사업 방향성은?
'지브리 열풍'은 국내 업체들의 AI 사업 방향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내 업체들이 다양한 형태의 AI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일부 업체는 올 하반기에 AI 에이전트 서비스에 대한 유료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가입자 기반이 취약한 상태여서 실행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국내에서 AI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기업들의 방향성은 챗GPT와는 다소 궤를 달리합니다.
국내 업체들의 행보는 AI 자체를 통한 수익 창출보다는 AI를 활용해 업의 특성을 살리고 협업으로 전문성을 보완하는 실용주의 방식입니다.
우선, LG는 AI 사업 전략 방향과 관련 가장 주목받는 전략 방향과 사업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룹 차원에서 AI 모델을 개발하면 개별 관계사들이 이를 끌어와 각 사의 업의 특성에 맞게 적용하는 방식입니다.
개발과 연구 전문 기관인 LG AI연구원이 AI 관련 기술을 만들면 LG전자는 가전과 B2B(기업간거래) 설루션에, LG유플러스는 통신과 미디어에, LG화학은 바이오에 이를 적용해 사업화하고 있습니다. LG AI연구원은 개발에만 전념하고 개별 관계사가 각 사의 업에 특성에 맞게 적용해 수익 창출과 성장을 책임지는 구조입니다.
SKT는 2023년에 'AI 피라미드 전략'을 수립하고 ▲AI 인프라 ▲AI 전환(AIX) ▲AI 서비스 등 3대 사업 영역을 펼치며 시장 상황에 맞는 전략 방향을 정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피라미드 전략은 유지하면서 업에 특성을 살리는 AI DC(AI 데이터센터) 분야에 가장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AI DC를 기반으로 B2B AI 에이전트, B2C AI 에이전트로 확장해 수익성을 높인다는 방침으로 업의 특성을 살리는 방식입니다.

유영상 SKT CEO는 지난 3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25에서 "AI는 통신사에 새로운 성장 기회를 주는데, AI DC 같은 경우는 인프라 구축사업으로 통신사 업에 잘 맞는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지난 3월 열린 제41기 주주총회에서도 AI DC 관련 ▲구독형 AI 클라우드 GPUaaS 서비스 ▲소규모 모듈러 AI DC ▲단일 고객 전용 AI DC ▲하이퍼스케일급 AI DC 등 총 4대 사업 모델로 세분화해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KT[030200]와 카카오[035720]는 글로벌 빅테크와 협업에 기반한 AI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KT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카카오는 오픈AI와 각각 파트너십을 통해 AI 서비스를 개발 및 출시하겠다는 계획입니다.
KT는 MS와 협력해 단순한 한국어 처리를 넘어 한국의 정신·방식·지식을 포괄적으로 깊이 이해하고 한국의 사회·역사·국가관을 담아 국내 제도와 규제에 부합하는 '한국형 AI'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습니다.

또 AI 서비스 출시에 그치지 않고 올해 2분기 중 AX 담당 협력 조직을 신설하고 산업의 AX 전환을 지원하는 사업에도 노력을 기울이는 등 AI를 통한 사업 체질 개선에도 나서고 있습니다.
네이버[035420]는 자체 AI 모델인 '하이퍼클로바X'를 기반으로 독자 노선을 걷고 있습니다. 서비스 전반에 적용한 '온서비스 AI'를 AI 사업 전반에 내세우고 생성형 AI 검색 기능 'AI 브리핑'과 별도 쇼핑앱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오픈AI의 지브리 열풍은 AI 업체들에게 사업 모델과 수익 창출의 전략 방향에 많은 시사점과 고민거리를 던지고 있다"며 "막대한 투자 비용이 수반되고 있어 국내 업체들은 더욱더 업의 특성에 맞는 실용주의를 택하는 추세이다"고 말했습니다.